[책마을] "카라바조 흔적 따라 이탈리아 훑었죠"

입력 2023-08-25 19:25   수정 2023-08-26 01:13


“카라바조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가 아닌가 싶어요. 카라바조 그림을 한 점이라도 소장한 미술관은 십중팔구 그의 작품을 도록 표지로 쓰거든요.”

<불멸의 화가 카라바조>를 펴낸 고종희 한양여대 명예교수(사진)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“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탈리아에서는 카라바조 열풍이 사그라들 줄 모르고 오히려 더 거세지는 것 같다”며 이렇게 말했다. 고 교수는 서양미술사 전문가다. 이탈리아 국립피사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.

1571년 태어난 카라바조는 카라치와 더불어 바로크 회화 시대를 연 개척자다. 바로크 회화는 리얼리즘을 추구한다.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친다. 명암이 뚜렷하고 잔혹한 장면도 그대로 그림에 옮겼다. 그 시초가 카라바조다.

고 교수는 “정물화도 카라바조가 그리면 달랐다”고 했다. 이전의 먹음직스럽고 풍요로운 과일 정물화와 달리 그는 시들고, 벌레 먹고, 병든 과일 그림을 그렸다. 정물화를 장식용으로 여긴 게 아니라 인간의 생로병사와 철학·신학적 의미를 입혔다는 설명이다. 그의 그림엔 가식과 권위, 위선과 장식이 없다.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목이 잘린 그림에 당대 사람들이 환호했다. 무언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유쾌함이 있었다.

사람의 마음을 끄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. 지금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‘거장의 시선, 사람을 향하다’는 라파엘로, 보티첼리, 르누아르 등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대표작 50점을 전시 중이다. 그 전시회 포스터 그림으로 뽑힌 게 카라바조의 ‘도마뱀에 물린 소년’이다.

고 교수는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이탈리아 곳곳을 돌아봤다고 한다. 카라바조가 태어난 밀라노부터 유년 시절을 보낸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,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로마, 살인을 저지른 뒤 떠돌았던 팔리아노와 나폴리, 몰타,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친 에르콜레 해변까지 다니며 그의 생애를 촘촘하게 되짚었다.

임근호 기자 eigen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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